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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BY/오로라공주의 육아일기

1년전 이야기, 임신 39주 출산.. 오월이를 만났다. (양수 새는 증상 & 임신 이슬 후 진통 & 12시간 진통 & 페인버스터 & 제왕절개 )

안녕 우리 아가♥

2019년 1월 31일 오후 7시 22분.

하나님께서 보내주신 오월이를 만났다.

 

임신 39주 0일차, 예상치 못한 출산 ..

•• AM 06 : 30

꿈에서 아기 태어난 걸 축하한다는 편지를 받으면서 눈이 딱 떠졌다.

소변이 마린 것 같아 화장실에 갔는데.. 조절이 안되는 핑크색 물이 흐르고, 그 뒤에는 이슬이 비췄다. 임신 이슬 색깔은 짙 붉은색의 덩어리가 조금 나오고 그 이후로는 핑크빛 물이 나왔다.

그리고 나중에는 붉은 덩어리 조금, 노란 냉이 조금 나왔다.

' 아.. 오늘 오월이가 나오려나부다'

 

처음에는 이슬이라고만 생각해서 침대에 다시 누웠는데, 자꾸 물이 흐르는 것 같았다.

양수 새는 증상을 검색해보니 내 상황이랑 비슷했다. 진짜 양수 터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남편을 깨워 오월이가 나올 것 같다고 얼른 짐을 챙기라고 했다. 그리고 신기하게 아침 7시쯤 부터 진통이 시작 됬다. 이슬 후 진통이 시작 된다는 말을 듣긴 했는데.. 진짜로 자궁 수축 증상이 규칙적으로 나타났다.

미리 싸놓은 아기옷& 수건& 세면도구를 챙긴 출산 가방 2개, 추가로 필요한 신랑 침구류, 신랑 강의하러 갈 때 입을 옷, 출산 전에 힘을 보충 할 과일과 두유, 조리원 갈 때 필요한 겉싸개, 카시트, 우리 오월이 태어나는 모습을 찍을 카메라까지 모두 챙기고

또 2주 동안 집에 못 올거 생각하니.. 집에 쌓여있는 집안일을 조금 해놓고 가야 할 것 같아 음식 쓰레기, 분리수거, 설거지를 했다.

마지막으로 아픈 배를 움켜 잡고 샤워도 깨끗히 구석 구석 하고 병원으로 출발했다.

5-7분 간격으로 진통이 찾아왔다. 진통이 잠시 없을 땐 너무 힘들어 이렇게 힘 없이 누워있을 수 밖에 없었다.

•• AM 10 : 00

병원에 도착! 내진을 하니 자궁은 1.5센치 열렸고, 양수가 터진게 맞다며 바로 분만실로 가서 준비를 하라고 하셨다.

옷을 갈아 입고, 관장하고, 병원 침대에 패드를 깔고 누웠다. 양수는 계속 흐르고, 진통은 점점 규치적으로 찾아왔다. 처음에 내진이 그렇게 아프더니, 진통 하는 시간이 길어 질수록 내진 따위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계속 되는 진통과 태동 검사

잠깐 진통이 멈췄을 때..찰칵! 근데 이미 7시간정도 진통을 했던터라 얼굴이 퉁퉁 부었다

기념 사진은 한 장 남긴다고.. 진통이 잠깐 없을때 신랑이랑 헤어지기 전에 한장 남겼다.

그러고보니 이미 이때부터 얼굴이 부어있었네...

낮 1시가 넘어서야 자궁 2센치 열리고, 3시 30분에는 신랑은 강의 때문에 소니본사로 가야 하는 상황이라 다른 보호자라도 있어야 했는데..

다행히 친정 엄마가 가평에서 올라오셔서 신랑과 보호자 바톤 터치를 했다.덕분에 진통하는 동안 엄마와 함께 할 수 있었다.

•• PM 04 : 00

시간이 너무 더디 간다. 진통 시간이 길어지자 의사샘과 간호사샘이 돌아가면서 내진만 5번이나 했던 상황이었다.

수술을 마치고 온 내 담당 의사 선생님께서 진통하는 시간에 비해 자궁이 너무 더디게 열리고 (3센치 열림)

가장 중요한건 아기가 밑으로 내려오지 않아 자궁이 10센치 열리더라도 자연분만이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 90% 수술일수 밖에 없다고 ... 그리고 중간 중간 아기가 힘들어하는게 보인다며 수술을 권유 했다....ㅠㅠ

우선 보호자가 자리를 비웠으니 남편이 올때 까지 기다려서 수술을 하자고...

난 그 말을 듣자마자 딱 우리언니가 아프리카에서 출산 할때의 모습이 생각났다.

언니도 12시간 진통하고..결국 제왕 절개 했는뎅.. 나도 똑같이 되어버렸구나 ㅠㅠ

아무튼 결국 남편이 오는 저녁 7시까지 생 진통을 버텨야 했다. 사실 수술 얘기 듣자마자 진통을 참고 기다리는게 더욱 힘들었었다.

남편을 기다리는 2시간 30분의 고통은 아침부터 겪었던 진통보다 훨씬 더 아프고.. 쉼 없이 진통이 오다보니 하늘이 노랗게 변하는 것 같았다.

근데 내진을 하면 여전히 아기는 위에서 내려오지 않는다고 했다.

이시간 남편은.. 소니코리아 본사에서 강의 중인 모습!

•• PM 06 : 50

남편이 도착했다. 보호자는 1명까지만 있을 수 있는 상황이라 엄마는 밖에 나가서 대기를 하고, 신랑이 분만실로 들어왔다. 남편을 보자마자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오빠 나 여태까지 오빠 기다렸어. 나 잘 참았는데 수술해야한데 .. 나 좀 살려줘 '

이렇데 말했던 것 같다. 이상하게 남편이 오니 진통을 참는 것이 더 힘들어졌다. 하루종일 물 한 모금 먹지 못한 상태로 진통을 하니 기운은 하나도 없고 어지러웠다 . 입술은 바짝 바짝 마르고 사시나무 떨듯 온 몸이 떨리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 정말 끔찍했던 30분이었다.

수술 부위를 바로 옆에 구멍을 뚫어 연결하는 페인버스터 진통제. 덕분에 3일 동안 수술 부위에 고통 없이 버틸 수 있었다.

•• PM 07:10

남편의 수술 동의서와 함께 페인버스터 라는 배에 직접 진통제를 연결해서 제왕절개 후 통증을 줄여주는 약을 신청 했다. 가격은 15만원.

드디어 수술실에 들어 갔다. 신랑은 들어 갈 수 없는 상황이라 간호사샘들의 부축을 받고 수술실로 가는데.. 눈물이 나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

수술대에 누워 한참을 대성 통곡 했다. 그리고 척추에 하반신 마취를 하고 나니.. 내 몸이 고깃덩어리가 된 것 처럼 축 쳐지고 기분이 이상했다.

배를 가르는 의료 도구들이 부딪치는 소리..

그리고 곧 아기가 나올거라며 나를 격려해 주는 소리..

고통은 없지만 내 배 위에서 무언가 하고 있다는 감각이 그대로 느껴지고, 선생님들끼리 대화하는 소리가 들리다보니 기분이 묘했다.

오월이를 꺼내며 하시는 말씀이.

아기가 자궁으로 나오려면 고개를 숙여야 하는대, 지금 보니 얼굴을 하늘을 향해 들고 있어 밑으로 내려오는게 안됬던 거라며 웃으면서 아기에게 말을 거셨다.

수술실에서 나와 바로 신생아실로 이동했다. 그리고 면회 시간에 남편이 찍은 사진.

••PM 07 : 22

오월이가 세상 밖으로 나왔다.

배에서 막 꺼낸 아기를 보여주시면서 묶여 있는 내 손 바닥에 아기의 얼굴을 대주시는대..눈물이 계속 흘렀다. 그때의 그 기분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없다. 간호사 샘들께서 아기를 닦아주고 숨 잘 쉬는지 확인을 하니 우리 오월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작지만 힘찬 오월이의 소리...

나에게 깨끗하게 닦인 오월이 얼굴을 보여주시더니 신생아실로 데려 가셨다.

그리고 나는 수면제가 들어가면서 잠이 들었고, 병실에서 눈을 떴을 때에는 이 모든 일들이 꿈만 같았다.

내가 잠든 사이에 아기들 면회 시간이 있었다. 신랑과 친정엄마, 시부모님은 신생아실 앞으로 가서 저녁7-8시까지 아기를 볼수 있었다.

남편이 찍어온 사진을 보니 기분이 묘했다. 그리고 생각보다 더 못 생겼다고 웃으며 신렁한테 말하니 신랑도 동의했다. ㅋㅋ 우리 오월이는 누굴 닮은걸까?

잠 못 이루는 새벽... 24시간 넘게 물 한모금 못 마셨더니 목 부위가 너무 부어 기도를 막는 것 같았다. 숨을 쉴 수 없어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래도 남편이 함께라 긴 밤을 힘들지 않게 보낼 수 있었다

2월 1일

AM 02:00

수술 후 수면제에 의해 잠 들었다가 저녁 9시쯤 일어났다. 비몽 사몽.. 정신 차리기가 어려웠다.

진통을 겪은 시간이 너무 힘들어서 그런건지 목 안이 부어서 숨쉬는 것도 힘들고, 잠이 들었다가도 5분 만에 숨이 막혀서 일어났다. 결국 모래 주머니 치우라고 했던 새벽 2시까지 잠 못이뤘다.

움직이지 못해서 간이침대에서 곤히 잠든 남편을 깨우며 모래 주머니 치울 시간이라고 알려 주었다.

잠결에 무척 피곤할텐데 신랑은 웃으며 내 건강 상태를 먼저 체크해주고, 모래 주머니를 치워줬다. 어찌나 그 모래주머니가 무거웠던건지.. 딱 치우는 동시에 배에서 뭔가 튕겨나가는 느낌이었고 수술 부위 통증이 확 심해졌다.

내가 아파하자 남편이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아기를 만났을때는 눈물이 나지 않았는대.. 내가 지금 아파하는 모습을 보니 눈물이 난다고 했다.

남편의 사랑이 느껴져서 그런지 너무 행복하고 감사했다. 그리고 남편이 신청해준 15만원짜리 페인버스터 진통제 덕분에 수술 후에도 통증을 느낄 수 없었다. 그리고 무통 주사도 이중으로 맞아서 그런지 살만하다.

AM 06: 00

밤새 목이 붓고 숨을 쉬기 어렵다보니 밤을 꼬박 새웠다. 너무 피곤하고 힘든데... 뭔가 마음이 허전하다. 난 아직 아기를 낳지 않은 꿈 속 같다고 해야할까..

자연 분만이 아니라서 마취에 축 늘어진 나에게는 오월이를 안을 수 있는 시간은 없었다.

내 품에 한 번 못 안고 헤어져서 그런지 내가 아기를 낳은 게 실감 나지 않고, 지금까지도 아기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해서 좀 속상하다.

아기를 못 보는 하룻 동안 푹 쉬라고 했지만.. 그게 잘 되지 않았다.

얼른 컨디션이 좋아야 소변 줄도 빼고 아기 보러 갈 수 있는데... 24시간 넘게 물 한모금 마실 수 없었던터라 입 안이 너무 건조해서 그런지 목 안이 퉁퉁 부어 숨을 쉴 수가 없고 5분 정도 잠들었다가 숨이 막혀서 일어나고.. 반복되는 이 증상들..ㅠㅠ

새벽에 혈압 재러 오신 간호사 샘께 증상을 말씀 드리니 당직 선생님께 물어보고 오겠다고 하셨다.

그리고 이제는 따뚯한 물은 마셔도 된다고 해서 방금 물을 한 입 마셨는데..

이게 뭐라고... 목에 물 넘어가는게 너무 행복하다.

빨리 컨디션 회복해서 우리 오월이 만나러 가고 싶다.